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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청약당첨이라는 행운이 찾아온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사실 큰 가능성을 기대하고 넣은 것은 아니었다.

청약 열풍에 동참하는 과정을 통해 부동산에 대해 뭐라도 하나 배워보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청약을 넣은지 3번째만의 일이다.

어떻게 당첨될 수 있었는지 차근차근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무지한 나를 일깨워준 집값 폭등


2018,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하여 어렵사리 돈을 끌어 모아

성남 구도심 아파트에 전세로 신혼집을 시작했다.

가진 것 없는 흙수저라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막연하게 한푼 두푼 모아 전세대출을 다 갚고 나면

언젠가 나도 내 집 마련의 꿈을 꿀 수 있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결혼한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아 집값이 무섭게 오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도 하나둘씩 무리해서 집을 사기 시작했고,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대출을 아무리 갚아 나가도

제자리 걸음은 커녕 점점 뒤처지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되겠다. 집을 사야겠다.

어떻게?

상속, 증여는 물려 받을 것이 없고,

매매, 경매, 갭투자를 할 돈도 없고,

그렇다면 남은 답안은 딱 하나.

 

시작부터 쉽지 않은 청약의 길


돈이 없기 때문에 지금 당장 집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청약 뿐이었다.

이 때부터 호갱노노, 아파트투유 등의 부동산 관련 어플을 설치하고

수시로 분양 공고를 확인했다.

나 같은 부린이들이 분양을 받고자 할 때

가장 먼저 현실의 벽에 부딪히게 되는 부분은 분양 공고문이다.

분양 공고문을 처음 접할 때는 너무나도 어려운 단어들의 연속이었고

내용도 방대하여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특별공급/일반공급, 1순위/2순위, 가점제/추첨제, 무주택요건 등등

뭘 이렇게도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는지...

 

하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경험해보아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법이다.

몇 번 읽고 청약신청까지 해보니 그제서야 분양공고문이 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청약 신청의 첫 걸음을 떼다


처음 넣었던 청약은 동탄역 유림 노르웨이 숲이다.

이 때만 해도 규제가 덜 심할 때여서 가점제와 추첨제가 병행되었다.

당시 내 상황은 무자녀, 짧은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년수.

도저히 가점제로는 답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 추첨제를 택했다.

 

로또를 살 때 모두가 1등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듯,

청약 신청을 하는 순간 여울공원에서 여유자적하게 산책하는 내 모습이 그려졌다.

조경과 도시기반시설이 잘 되어있는 신도시에서 삶을 살아갈 모습을 상상하니 설레었다.

하지만 경쟁률이 발표되고, 뜬구름 같던 상상은 가루가 되어 사라져 버렸다.

청약당첨이 왜 바늘구멍이라고 불리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확률 50분의 1짜리 로또 5천원도 당첨이 어려운데 수백 대 일이라니...

허탈했지만 괜찮다.

나는 신혼부부니까.

 

 

 

신혼희망타운? 성실한 흙수저에게는 신혼절망타운!


추첨제는 부동산 규제가 시작되면서 물 건너갔다.

84초과 주택은 분양가가 너무 높아 엄두를 낼 수 없었고 84이하는 모두 가점제가 되었다.

이제는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가점으로 승부를 봐야한다.

그 무렵 신혼희망타운을 분양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신혼부부는 다들 상황이 비슷비슷하니까 나도 희망을 가져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분양공고문이 게재되고, 내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문제는 소득이었다.

 

 

 

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고

풍족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먹고 살만 한 정도의 소득을 올리게 되었다.

6천만원. 누군가에게는 많을수도 혹은 적을수도 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돈을 모아서 수도권에 집을 사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득이 많다는 이유로 청약 경쟁에서 밀려야 한다니...

나 같이 가진 것 없고 어정쩡한 소득 수준의 신혼부부에게

신혼희망타운은 허락되지 않은 희망이었다.

 

 

 

청약은 답이 아닌 것일까?


사실 내 청약점수로 당첨을 꿈꾼다는 것은

로또 1등 당첨을 바라는 것보다 더 허무맹랑한 수준이었다.

 

 

 

일반공급 기준으로 점수를 계산하면 내 점수는 26점이다.

수도권 아파트의 커트라인이 평균 60점대,

아무리 낮아도 50점대는 되어야 하니

애를 둘 이상 낳고 만 45세가 되는 그날까지 일반분양은 꿈도 못꾼다.

 

공공분양도 마찬가지다.

요즘 수도권에서는 최소 2,000만원 이상의 통장들이 당첨이 되고 있고,

당첨되지 않은 통장들의 연수가 계속 쌓여가면서

커트라인은 매년 점점 더 높아져가는 추세다.

매달 10만원씩 인정해주니 2,000만원이면 200개월

, 가입한지 17년 이상 된 통장이 필요한데

30대인 내 기준으로 봤을 때

중학생 때 청약통장을 가입했어야 지금 당첨을 노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이것도 오르지 못 할 나무인 것 같아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

 

그래도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있으니 7년 안에 얼른 자녀를 둘 이상 낳아볼까?

하지만 그 때는 집값이 또 얼마나 뛰었을지... 생각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진다.

 

 

 

남은 한줄기 희망, 생애최초 특별공급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앞이 깜깜해졌던 그 무렵, 운명의 감일지구 분양공고문을 보게 된다.

사실 부린이라 청약 유형을 전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감일지구 분양공고문에서 처음 보는 유형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생애최초 특별공급.

 

 

 

 

생애최초에 해당되는 부분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엇, 가점 안내가 안나와있네.

다시 읽어보았다. 역시 가점 관련 내용이 안보였다.

당첨자를 어떻게 뽑겠다는거지?

!!!!!!

그렇다. 생애최초 특별공급은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인 것이다.

84㎡ 이하 주택형에서 추첨제라니, 솔깃해진다.

 

다행히 5년 이상 소득이 있는 상황이었고

신혼희망타운과는 다르게 소득기준도 꽤 높아 조건은 맞아 떨어졌다

하지만 분명 너도 나도 경쟁에 뛰어들 터.

좀 더 전략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살을 내어주고 뼈를 취한다.


판상형이 타워형보다 장점이 많고 인기가 높다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내 처지가 찬물 더운물을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특정 평면의 선호도보다는 일단 뭐라도 당첨되는게 중요하니까

제일 인기가 없을만한 타입을 선택하기로 했다.

 

총 세 가지 타입 중 현관이 2개인 희한한 타워형 평면이 눈에 들어왔다.

일반적이지 않기 때문에 선호도가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결과적으로 내 전략은 유효했다.

 

 

 

경쟁률은 10:1 미만.

여전히 당첨 가능성은 20%가 채 안되었지만 비교적 기대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내 생애 최고의 순간


호들갑을 떨면 될 일도 그르칠까 싶어 최대한 마음을 다스리고

무심하게 일상생활에 몰입하던 중 낮선 번호로 문자를 받게 된다.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게 되면 그 장면이 슬로우비디오처럼 느껴진다고들 한다.

내게는 문자를 확인 하는 그 순간이 그랬다.

 

 

 

이럴수가! 정말로 당첨이 되다니!!

 

믿을 수 없이 기쁘고 흥분되어 그 날은 하루종일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집에 와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와이프와 같이 새벽 두 시 넘어서까지 도란도란

당첨된 아파트에 대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잠들지 못했다.

 

마무리 하며..


현재는 해당 타입 주택형 관련하여 약간의 애로사항이 있지만

어쨌든 내 집이 마련에 성공했으니 한시름 아니, 열시름은 덜었다.

인생의 큰 숙제를 비교적 빨리 끝마친 것 같아 후련하기도 하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 같은 상황에 처한 누군가에게 작은 희망이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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