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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그 준비 과정과 결혼식 당일에 참 많은 옷이 필요하다.

촬영용 드레스 2~3벌
본식 드레스 1벌
촬영용 턱시도 2~3벌
본식 턱시도 1벌
촬영용 한복 신랑 신부 각 1벌씩
본식 한복 신랑 신부 각 1벌씩
양가 어머님 한복 각 1벌씩

개개인별로 약간 차이가 날 수 있지만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특별한 날을 위한 옷이니만큼 전부 하면 좋기야 하겠지만, 꼭 필요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남들 다 하는데 우리만 안하면 왠지 다른사람들한테 진 것만 같은 심리가 작용한다. 

웨딩 업계는 이 심리를 잘 파고드는 것 같다.

"절대 계약하지 말아야지, 돈아껴야지" 마음 다짐하고 가게를 들어서지만

어느덧 뭐에 홀린 듯 계약서를 쓰고 있는 예신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튼, 챙겨야할 옷이 이렇게 많다는 의미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의미이다.

먼저, 웨딩드레스 고를 때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한 것은 무엇인지 확인해보자.












- 웨딩드레스샵의 함정 -


웨딩드레스를 고르는 과정은 이렇다.

먼저 약 3군데 정도의 드레스샵을 방문하여 (보통 드레스샵 투어라고 불린다) 

각 샵마다 보통 4벌의 드레스를 입어본다.

이 과정에서 투어비라고 하는 지출이 발생하는데, 

이 비용을 줄이고 싶다면 투어를 생략하고 처음부터 특정 드레스샵 한군데를 지정하면 된다. 



여기서 첫 번째 함정이 있다. 

드레스를 입어볼 수 있되 사진 촬영이 안되는 곳이 많다.

얼마전 동상이몽에서도 강경준이 신부가 드레스를 입고 나올 때마다 그 모습을 직접 그렸던 것처럼

손으로 하나하나 기록해놓는 수 밖에는 없는데,

드레스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표현할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많을지는 잘 모르겠다.



또한 드레스샵 투어 시 맘에 드는 드레스를 본식용으로 홀딩할 수 있는 샵이 있는데,

지인의 경우 홀딩이 안됐었는지, 투어 때 봤던 드레스와 실제 드레스 가봉 시 입었던 드레스의 퀄리티 차이가 

많이 났다고 하니, 될 수 있으면 홀딩이 가능한 드레스샵으로 가는 것 좋을 것 같다.





<실제 가봉 때 입었던 드레스 사진>









두 번째 함정은, 

웨딩 촬영용 드레스 가봉 시 6벌의 드레스를 입어보는데

우리에게는 이 6벌의 드레스를 고를 수 있는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다.

드레스샵 직원이

"어머~ 신부님은 피부톤이 밝으시네요~ 신부님한테 어울릴만한 옷으로 준비해드릴게요"

라며, 이쁜 드레스와 그저그런 드레스를 적당히 섞어서 입혀주신다.

우리는 당연히 이쁜 드레스 중 3벌을 고르게 된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수십벌의 드레스가 행거에 촤르르르르 진열되어 있고

그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는 장면을 많이 보았는데,

인터넷 검색 결과 그런 샵도 있고 아닌 샵도 있는 것 같다.



우리 커플처럼 진열된 드레스를 고르는 게 아닌 경우

샵 직원의 안목이 큰 영향을 끼치며, 우리에게 선택권이란 직원이 골라준 6벌 중 3벌을 고르는 것 밖에는 없다.

그러므로 직원이 드레스를 고르기 전에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의 드레스를 직원에게 미리 보여주는 것이 좋다.



이렇게 말하니 행거에 걸어놓고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드레스샵이 더 좋을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행거에 걸려있을 경우 드레스가 옷걸이에 걸려있어 축 늘어져 있기 때문에 

사람이 입었을 때 핏, 라인, 모양 등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하기 힘들어 잘 고르기 어렵다는 후기도 있다.





<실제 가봉 때 입었던 드레스 사진 2>







마지막 함정이다.

가봉 때 입은 드레스와 촬영 날 받은 드레스는 과연 같은 드레스일까?

이것도 케바케겠지만 한 지인의 제보에 따르면

촬영날 드레스를 받아보니 가봉 때 입었던 드레스와 디자인은 같으나 상태가 훨씬 좋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샵에 같은 디자인의 드레스가 몇 벌씩 있고 

가봉 때는 상태가 좋은 드레스를, 스튜디오에는 사용감이 있는 드레스를 내주는 것 같다.



운이 없으면 드레스의 라인이 바뀌기도 한다.

가봉 때 입었던 것은 A라인인데, 촬영날 정신차리고 보니 벨라인 드레스더라..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드레스 뿐만 아니라

볼레로 같은 소품 역시 가봉 때 했던 게 아닌, 다른 게 임의로 올 수도 있다.

드레스마다 어울리는 볼레로가 따로 있는데,

사전 언급 없이, 촬영 당일에 드레스와 어울리지 않는 다른 볼레로를 받게 되어 

기분을 망친 상태로 촬영을 시작한 커플도 있었다.



이런 안타까운 일들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업체에게는 이런 상황이 전혀 아쉬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드레스가 잘못 왔다고 촬영 당일날 우리가 쉽사리 위약금을 물고 촬영을 취소할 수 없음을 업체는 잘 알고 있다.

기분 나쁘다고 진상을 피워봐야 우리 손해라는 것도 업체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은 그저 "신부님~ 죄송해요" 말 한마디면 면죄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 마무리 -


목마른자가 우물을 파라고 하지 않았는가.

아쉬운 사람이 나서서 챙겨야한다.

업체가 알아서 잘 챙겨주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발등 찍힌 사례들이 적잖이 있으니 그들을 너무 맹신하지 말고,

우리 물건을 잘 챙기고 있는지 사전에 한 번이라도 더 체크하고, 요구하고, 들들 볶아야한다.



비싼 돈 주고 이용하는건데 이런 대접을 받을 수도 있다는게 너무 속상하지만

우리의 아름답고 행복한 웨딩촬영을 망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귀찮더라도 그들보다 더 꼼꼼히 챙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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