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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27 - [결혼준비/결혼정보] - 웨딩 호갱 방지 프로젝트_1탄_플래너

2017/12/12 - [결혼준비/결혼정보] - 웨딩 호갱 방지 프로젝트_2탄_드레스샵



결혼준비 5개월차에 접어들었던 지난 12월, 웨딩촬영을 끝마쳤다

힘들고 어렵지만 재밌었다


메이크업샵에 새벽같이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짝 긴장했지만

다행히 우리는 오후 촬영으로 예약이 되어 있어

너무 이르지 않은 오전 11시쯤 메이크업샵으로 이동해 

난생 처음 얼굴에 분칠도 해보고

눈썹 정리도 해보고

연예인들 헤어스타일 정리하듯 스프레이를 듬뿍 뿌려 고정도 시켜보고

나름 재밌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도 호갱이었다

메이크업샵에서 신랑은 머리 15분 화장 15분 총 30분이 걸리고

신부는, 말로만 듣던 두터운 신부 화장을 위해 약 2~3시간이 걸린다

그러다보니 두 사람의 이동경로가 겹칠 일이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두 사람을 고의적으로 떨어뜨려 놓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유인 즉슨,

신부의 헤어 메이크업 과정에서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작업이 꽤 많이 있다

우리는 이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자고 사전에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했듯이

우리는 결혼이 처음이지만 메이크업샵은 수백, 수천 커플의 메이크업을 담당했을 것이다

즉, 지금 신부의 심정과 감정을 매우 잘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부분을 건드려야 마음의 벽이 무너지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사실 기본적인 헤어 메이크업만 받아도 충분하다

하지만 메이크업샵 직원은 신부를 살살 꼬드긴다

"어머 신부님 너무 예쁘세요~ 근데 여기 머리 하나만 붙이면 진짜 완벽하겠다^^"

이런 식이다.

일단 예신이의 기분을 좋게만든 다음

원하는 바를 슬쩍 내놓는다

그렇게...우리 예신이는.. 머리숱이 풍부한 예신이는...

15만원짜리 머리를 붙이게 되었다


뭐, 그래도 괜찮다

인생에 딱 한번 있는 웨딩촬영인데,

머리숱 더 많아보이면 좋으니까


그렇게 무사히 즐겁게 촬영을 마치고

1월달에 사진 셀렉을 하러 다시 스튜디오에 들렀다

근데 사진 촬영하는 것보다 셀렉하는게 훨씬 더 힘들었다

사진을 1000장 넘게 찍어놓고 20장만 고르라니.. 너무 가혹했다


눈감은 사진, 표정 어색한 사진 등등을 제외하고 나니

700장이 남았다


도저히 이 속도로는 오늘 안으로 셀렉하지 못할 것 같아

다시 과감하게 지우고 지우고 지웠더니 120장이 남았다

더이상은 줄이지 못하겠어서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100장 정도 선택하고 직원을 부르라고 했기에...


스튜디오 직원은 굉장히 밝은 사람이었다

아니, 밝은 사람인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영업용 이미지 관리였을 뿐이었다


마치 메이크업샵 직원이 본인의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예신이의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했듯이

스튜디오 직원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사진에 대해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어머~ 신랑님, 신부님 사진이 어쩜 이렇게 잘나올 수 있어요??"

"지울게 없어요 다 잘나와서 지우기 너무 힘들어요 ㅠㅠ"

"아~ 이 사진은 지우기 너무 아깝다 ㅠㅠ"


나는 직원의 말을 듣고 정말로 우리 사진이 잘나온줄로 생각하고 있었고

사진을 지울때마다 너무 힘들고 아깝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 사진에 대한 끈임없는 칭찬에 넋을 놓기 기뻐하고 있었다


그렇다

호갱당하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다짐했지만 나는 어느덧 직원의 꾀임에 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남은 사진이 50장쯤 되었을 때

직원이 드디어, 본인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카드를 꺼냈다

"더 이상 지울게 없어요 ^^; 50장으로 하시면 2장은 서비스로 해드릴게요^^"

기본 20장에 추가 30장이면... 30장 x 3만원 = 90만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여기서 2장 비용, 6만원을 서비스로 준다는 이야기다


머리속에서 계산이 끝난 순간, 나는 현실을 깨닫고 직원이 놓은 덫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아 조금 더 줄여도 좋을 것 같아요^^"


하지만 고르고 고르고 또 골라서 남은 예쁜 사진 50장 중에서 

다시 한번 고르는 일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40장정도 남았을 때 다시 한번 딜이 들어왔다

"신랑님 신부님, 더 이상은 저도 양보 못해요^^ 여기서 어떻게 더 지워요 

잘나온 사진이 이렇게 많은데 너무 아깝자나 ^^"


 20장 추가면.. 60만원..

측근의 말에 따르면 받을 때 한번 펼쳐보고 평생 펼쳐볼 일이 없는 결혼사진 앨범이..

추가 비용만 60만원...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다시 사진을 빼기 시작했다


이 때부터 스튜디오 직원의 태도는 굉장히 불성실해지기 시작했다

"그럼 신랑신부님이 좀 더 고르신다음 알려주세요"

라며 다리를 꼬고 핸드폰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는 다시 한번 각성했다

아.. 그저 상술이었구나..

내가 기필코 기본 20장만 추려내보겠노라.. 다시금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다시 30여장쯤 까지 줄였다

이 30장은 진짜 엑기스 사진들이었다

예신이는 여기서 흔들렸다고 한다

10장 추가면 30만원.

30만원 정도는 어느정도 납득이 가는 금액이니까.

하지만 나는 그 직원의 태도에 기분이 나빴다

우리를 호구로, 호갱으로 취급했던 그 태도가 너무 기분이 나빴다


결국 20장으로 줄이는 대신에

아까운 사진들은 원본 사진을 받은 후 인터넷 업체를 이용해 수정하고

포토북을 주문제작하기로 했다

이 편이 훨씬 저렴하고 사진도 훨씬 많이 남길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직원은 우리에게 뜯어먹을게 없다고 생각했는지

나는 내려가있을테니 두 분이 상의 후에 알려달라고 했다


결국 다시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끝에

기본 20장만 추려낼 수 있었다


나는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웨딩업계는 모두 장사속이다

우리는 그저 그들의 뱃속을 채워줄 수 있는 먹잇감에 불과하다

정신차리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그들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나는 이제 경험을 했으니 당할일이 많지 않을테지만

이런 살벌한 후기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해 이 글을 남긴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우리가 한 일에 대해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인터넷에 맡긴 사진 보정도 상당히 잘 나왔고

포토북을 세 권 만들어서 양가에 하나씩 드릴 것이다

많이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냈다고 우리 스스로 굉장히 자부하고 뿌듯해하고 있다


혹시나 우리가 이용한 업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될까 싶어

해당 업체에서 찍은 우리의 사진은 올리지 않을 것이다

(포스팅의 사진은 저작권법상 문제 소지가 없는 무료 공개된 사진을 이용했다)

하지만 비단 그 업체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한다



결혼하는 모든 이에게..

업체를 배를 불리기 위한 결혼이 아닌 우리를 위한 결혼임을 명심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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