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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백종원의 골목식당.

특히 최근 여수 꿈뜨락몰편에서

본인의 노력 없이 인생 역전을 바라는 듯한 사람들에게

백종원이 크게 호통을 치며 더욱더 논란이 되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하였다.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법.

이번 여수편에서는 준비된 사람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애청자로써 다소 씁쓸함을 느낀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방송에 출연한 가게들 중에

천금같은 기회를 잡아 성공의 길을 걷고 있는 집은 없을까?

돌이켜보면 꽤 많은 집들이 있다.

 

포방터시장만 하더라도

요즘도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는 돈까스집과

최근 방송에서도 종종 언급되는 닭곰탕집이 좋은 사례로 남아있고,

이렇다할 논란이 없어 크게 이슈화되지는 않았지만

성내동 만화거리편 출연했던 멸치국수집은

시간을 잘 맞춰서 방문하지 않으면 재료가 다 소진되어 맛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반면 시청자의 입장에서 뇌리에 크게 남아있지 않는 집들의 근황은 어떨까?

역시 많은 집들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인 성내동 만화거리의 '더 짬뽕'을 방문하여

최근 근황은 어떤지, 여전히 장사가 잘 되는지 한번 확인해보았다.

 

 

성내동의 짬뽕집은 방송 초반 고기의 신선도로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종국에는 생업에 임하는 사장님의 진지한 자세와 마음가짐에

시청자로써 흐뭇한 마음으로 시청할 수 있었던 집이다.

 

가게에 발을 들이자마자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방송에서도 보았던 무인 결제 시스템이다.

결제 뿐만 아니라 메뉴판의 역할도 하고 있었다.

 

메뉴를 살펴보면 골목식당 솔루션의 특징이 잘 묻어난다.

메뉴가 많지 않고 단촐하다.

그리고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돈으로 짬뽕과 탕수육을 맛볼 수 있을 정도로

비싸지 않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방송 당시와 비교해보면 잡채밥이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솔루션 때 메뉴에서 삭제되었던 자장면은 아직 추가되지 않았다.

짬뽕보다는 자장면을 선호하는 필자에게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골고루 맛보기 위해 짬뽕과 잡채밥, 그리고 미니 탕수육을 시켜보았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오후 2시~3시 경이었지만

손님이 꾸준히 드나드는 것을 보아

전파를 탄지 6개월이 넘었음에도 그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단 '더 짬뽕' 뿐만 아니라

맞은편의 참나물 파스타집 앞에도 대기자 명단이 걸려있었고

앞서 언급했던 멸치국수집은 재료 소진으로 점심장사를 끝내고

저녁 장사 준비를 하고 계셨다.

이처럼 골목식당의 프로그램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골목 전체의 활기가 살아나는 곳도 분명 존재했다.

 

최근 꿈뜨락몰편 때문에 골목식당의 존폐에 대한 논평들이 많이 올라오는데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에는 분명한 순기능이 있음을 한번 짚고 넘어가고 싶었다.

 

 

방송을 통해 보았던 사장님의 모습은 개그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는데

이런 유머감각도 있으셨다.

 

메뉴가 나왔다.

근데 미니 탕수육은.. 정말 말그대로 미니였다.

6~7조각 정도가 들어있는데, 혼밥할 때 시키면 적당한 양인 것 같다.

2인이 방문할 때는 탕수육(중)을 시키는 것이 합리적일 것으로 보인다.

 

와.. 근데 탕수육이.. 진짜 맛있다.

미니 탕수육을 시킨것을 양이 적어서 후회하고, 그 맛을 보고 또 후회했다.

일반적인 탕수육은 강하고 자극적인 소스에 묻혀 고기맛을 느끼기 힘들었는데

더 짬뽕의 탕수육은 고기의 고소한 풍미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맛'과 '풍미'라는 단어가 가지는 차이가 무엇인지 이 탕수육을 먹어보면 대번에 느낄 수 있다.

굳이 소스를 곁들여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맛있는 탕수육이었다.

 

푸짐한 건더기가 카메라에 잘 담길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잘 담긴 것 같다.

잡채밥의 맛은 충격적으로 맛있거나, 여태 먹어보지 못한 맛 같은 그런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안에 들어간 재료는 여태 먹어본 잡채밥 중에 손에 꼽는 것은 확실하다.

다른 재료보다 당면이 훨씬 많은 잡채밥을 먹으면

탄수화물에 탄수화물을 얹어 먹는 느낌이라 만족도가 떨어지는데

더 짬뽕의 잡채밥은 채소, 고기, 해산물이 풍부해서 밥에 곁들여먹기 딱 좋았다.

 

 

짬뽕은 맛있는 축에 속하는 정도의 짬뽕이었다.

요즘 짬뽕 전문점이 워낙 많고, 맛의 수준도 상향평준화 되어서

압도적으로 맛있기가 쉽지 않을거라 예상했는데

역시 예상대로였다.

쓰다보니 부정적인 뉘앙스가 되버리긴 했지만, 분명 맛있긴 맛있는 짬뽕이다.

하지만 이 집의 메인은 역시 탕수육인 것 같다.

 

이렇게 묵묵히 자신의 업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장님들이

우리나라에는 많이 계신다고 믿는다.

노력만으로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벽을 넘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벽을 넘도록 도와주는 것은 나 역시 시청자로써 불편하고 불쾌하다.

 

도움이 필요한, 절실한 환경의 가게 및 상권을 발굴하는 것.

그렇게 발견한 상권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하는 것.

시청자가 골목식당에 바라는 것은

자극적인 논란거리보다는 이런 선순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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