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언젠가는 꼭 다시 와보리라 다짐했던 곳이 바로 보성이다.

2008년 여름 군복무 시절, 개인적으로 정리할 것도 많고 생각할 것도 많아서

휴가를 받아 훌쩍 떠나버렸던 생애 첫 나홀로 여행.

비록 1박2일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느낀 것도 많고 아쉬운 것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가장 아쉬웠던건

제대로 된 카메라 하나 없어 내가 봤던 것들을 생생히 담아둘 수 없었던 것.

그때 마지막 목적지였던 보성을 떠나오면서 다짐했다.

[언젠가는 카메라 좋은 놈 하나 들고 다시 찾아와야지]



그 후로 1년 반. 정말 다시 이 곳을 찾게 되었다.


꼭 그 때의 다짐 때문만은 아니었다.

겨울마다 열리는 보성 빛 축제를 한번 보고싶기도 했다.

결국 시간이 맞지 않아 못봤지만..




부산 갈 때마다 맑은 날이 없었듯이 (아, 이번 여행은 그래도 굉장히 맑았다.)

보성도 나를 별로 반기지 않나보다.

저번여행 때도 비가 촉촉히 왔었는데, 이 날도 하늘이 찌뿌두둥했다.


마산에서 이 곳까지 오는 기차는 아담했다.

카페객차도 앞에 mini 라는 이름이 붙어있고,

열차도 그리 길어보이지 않았다.

아마 이용승객이 그리 많지는 않은듯 싶었다.



이 곳에서는 장흥에 있는 큰집에서 하루 신세지기로 했다.

못 뵌지도 꽤 오래 되기도 했고.. 워낙 조카들을 반겨주시는 분이라, 마음 편히 갈 수 있었다.




녹차밭으로 가는 버스 정류장으로 가려면 이 다리를 건너야한다.

건너면 녹차밭 행 버스가 있다.

겨울에야 사람이 별로 없으니 걱정할 필요 없지만

여름에 갔을 때는 버스가 만원버스여서 찝찝하고 불쾌했다.

이럴 때는, 이 다리를 건너서 타지 말고 아예 버스 터미널로 향하는게 더 좋은 방법이다.

어짜피 녹차밭행 버스도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것이기에

사람들에 부대끼지 않고 편히 앉아서 갈 수 있다.

내 기억으로는, 보성역에서 버스 터미널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


이 날은 큰 아버지 차를 타고 가서 더더욱 편했다.




보성 차밭 입구를 지나자마자 한 컷.

오른편에 빠르게 순간이동 하고 계시는 분이 큰아버지.

큰엄마, 큰아빠 두 분이 사진 찍으시는걸 원치 않으셨기에

뒷모습이라도 살짝..




사람 키의 열배는 되보이는 나무.

여름에 이 그늘만큼 시원한 곳은 없다.


커다란 나무를 보니까 담양 메콰세타이어 가로수길이 생각난다.

앞서 말한 첫 나홀로 여행 때 갔던 곳인데,

많은 영화에 배경으로도 등장하는 굉장히 멋진 곳이다.

여름에 울창한 모습만 봤었다. 하지만 나머지 봄, 가을, 겨울의 모습은 어떨지.. 무척이나 궁금한 곳이다.

이 곳은 다음 내일로 여행 때 가봐야겠다!




여기부터 녹차밭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날씨만 조금 맑았더만 좋았을텐데.




겨울이라서 조금 다른 모습을 기대했지만

눈이 왔을 때가 아니라서 여름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큰 엄마 말씀이, 눈이 오면 차나무 위에 눈이 사르륵 얹혀있어서 이쁘다는데..








두분은 별로 흥미가 없으신지 조금 올라가 보시고는 금새 내려가셨다.

집이 가까우시니.. 한두번 보신 것도 아니고 ㅎㅎ 재미 없으실만 했다.

나는 정상에 바다 전망대라는 표지판이 있어서 그리로 고고.




나무 뒤에 가려진 길로 쭉 올라가면 전망대에 오를 수 있다.

산도 오랜만에 타다보니까 힘들더구만.




전망대는 아니고, 중간에 쉬거나 구경할 수 있도록 따로 울타리를 쳐 놓은 곳쯤에서 찍은 사진.

저 빨간 지붕 집들은 정부에서 만드는.. 음.. 펜션 같은 곳이랄까.. 그렇다고 설명을 들은 것 같다.

밑에 나무에 좀 가렸지만 무대시설도 되어있고, 박물관?전시관? 그런 건물도 있었던 것 같다.

가물가물해서 뭐하나 확신할 수가 없군.

하.. 포스팅을 늦게하면 이렇게 기억이 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아직도 꽤 많이 남은 가야할 길과

그래도 생각보다 꽤 많이 지나온 길.




이.. 이게 바다 전망대의 실체다.

윽! 바다가 희미하게 보이기는 했으나

날이 흐려서 자칫하면 발견하지 못할 뻔 했다.

부산의 바다가 연출한 장관을 보고 왔으니.. 이런 모습의 바다는 별로 흥미롭지 않았다.

괜히 음산한 느낌만 나고.

맑은 날 보면 좀 더 멋있으려나.




힘들게 오르고 오르다보니 어느 덧 까마득해진 녹차밭.

내려갈 때는 다른 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길래 가보았더니

땅이 정리도 안되있고, 가다가 밧줄하나 잡고 가야하는 곳도 있었다;;

조금 완만하기는 했으나 곱절은 힘들었던듯.




차를 타고 조금 다른 곳으로 이동해보았다.

아까 갔던 곳은 대한 다원이고 지금 보이는 이곳은 좀 더 깊숙히 위치한 봇재다원이다.

빛 축제는 이곳, 봇재다원에서 열린다고 들었다.

확실히 대한다원보다 사람이 많았다. 사진상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차나무를 따라서 쭉~ 전구를 매달아 놓은 듯 싶었다.

불이 켜지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보고 가고 싶었으나,

그러면 저녁 때를 놓칠 것 같다고 두분이 걱정을 하셔서

아쉽게 발걸음을 옮겨야했다.



큰 아빠가 그러시기를,

사실 이 차밭이라는게 일제시대에 남겨진 것이라고 한다.

그 옛날에 어떻게 산에다가 이런 걸 심을 생각을 했는지..

일본놈들 참 영악하다고 하시면서..


아.. 일본은 35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나라 여기저기에 참 많은 흔적을 남겼구나.

안동, 경주, 부산을 거쳐 보성까지. 일본이 손을 안댄 곳이 없었다.

보성 차밭. 분명 아름다운 곳이기는 하나

갑자기 마음 한켠이 씁쓸해져 왔다.




이 곳은 장흥에 있는 재래시장.

조카왔다고 또 장보러 시장으로 향하시는 큰아빠, 큰엄마.

그냥 집에 있는 김치만 주셔도 되는데 ㅠㅠ


녹색 머리카락 같은 것이 매생이 라고 불리는 건데,

큰엄마가 쟤네들로 매생이 국을 해주셨다. 맛있었다!!

좀 흐물흐물하면서 미역국 같기도 하고..

가격은 가물가물하다 -_-; 하지만 서울 홈플러스에서 봤을 때 확실히 두배 쯤은 비쌌던 것으로 생각된다.




산낙지.

입에서 꼬물꼬물 움직이는게 재밌고, 쫄깃쫄깃하니 맛있고.

아~ 또 소주 생각나는구나 ㅠㅠ




장흥 흑돼지를 사러 정육점에 들렀을 때

큰아빠 몰래 한 컷 담아보았다.



다음에 또 찾아뵐게요~ 큰아빠 ㅎㅎ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