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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하면 뮤지컬이다.

뮤지컬 금액이 워낙 비싸다보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매년 1편씩은 관람했었다.

올해는 이 작품으로 정했다.






작품을 정하는 기준은 오로지 하나다.

좋은 자리가 많이 남아 있느냐 없느냐.

뮤지컬 극장들이 안그대로 비싼데, 왠만한 자리는 다 VIP석으로 판매한다

그래서 자리를 보고 뮤지컬을 택하게 된다.





위 그림은 뮤지컬 타이타닉의 실제 좌석 배치도인데 이런식으로 보통 좌석의 50% 정도를

인기 있는 작품의 경우 많게는 60~70%의 좌석을 VIP석으로 판매한다.



그림에서 보다시피 R석만 하더라도 벌써 무대와 상당히 거리가 있거나 관람 각도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R석이 저렴하지도 않다. VIP와 몇만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본인은 돈 좀 더 주고 좋은데서 보자는 생각에 보통 VIP석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VIP석이라고 해서 다 VIP급의 관람 시야를 제공하지 않는다는게 문제다.

그래서 이왕이면 좋은 자리의 VIP석이 많이 남아있는 공연을 택하게 된다.





사실 이번에는 5명이 같이 앉아야했기에 좋은 자리는 예매하지 못했다

그래도 나름 앞쪽자리여서 괜찮게 볼 수 있었다.












- 감상평 -

작품의 줄거리는 우리가 아는 영화 타이타닉과 똑같다.

하지만 사전에 기대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윈슬렛의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는 볼 수 없다.

극의 큰 흐름을 남여 주인공이 이끌어가는 방식이 아닌,

각각의 등장인물이 가진 사연과 이야기의 나열로 뮤지컬이 채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1막은 조금 지루하다고 느껴졌다.

수많은 등장인물이 나와서 각자의 에피소드를 5분 정도씩 연기하는데

이야기의 큰 흐름과 연관이 없는 사소한 에피소드일 뿐더러

각 에피소드간의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고 뚝뚝 끊기는 느낌이었고, 조금 산만했다.

아마도 1등실 돈 많은 손님의 죽음이 3등실 하찮은 승객의 죽음보다 더 안타까운게 아닌

타이타닉 침몰 희생자 모두의 인생이 각자에게는 의미있고 값진 인생이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생각한다.

그 가치는 높이 사지만 호불호가 갈릴만한 극의 진행 방식임에는 분명하다.





등장인물이 워낙 많다보니 뮤지컬 소개란에는 최대 1인 5역까지 소화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누가 어떤 멀티롤을 했는지 전혀 티가 나지 않은 점은 좋았던 것 같다.

그만큼 연기자들의 연기와 노래가 워낙 출중했다.




다른 뮤지컬과 비교되는 점이 또 있다.

극의 시작부터 끝까지 배경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한정된 공간에서 연출되기 때문에 

좁은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서 다양한 환경을 표현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다른 뮤지컬을 보면 배경을 바퀴로 끌어오기도 하고

소품을 이용하기도 하며, 때로는 하늘에서 배경이 내려오기도 한다.





하지만 타이타닉은 오로지 이 배경 하나만으로 극이 꾸며진다.

배라는 특성상 다양한 배경이 필요치 않았을 수도 있으나

꾸미고자 했다면 충분히 가능했으리라 생각되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2막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연출에 사실 소름이 조금 돋았다.

배가 침몰된 후 물속에 잠긴 모습을 표현한 연출이었는데 

관람 전부터 이 부분을 어떻게 표현할지 너무 궁금하기도 했다.

근데 그 표현방법이 참으로 감탄스러웠다.

사실 대단한 연출도 아니다. 뮤지컬에서 많이 쓰이는 와이어로 표현한건데 정말 창의적이고 기발했다.

이 극의 하이라이트였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뮤지컬 자체로는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게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있어서 이 뮤지컬은 조금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가슴 아파 떠올리기 힘든,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욕심으로 배가 가라앉자, 배의 핵심관계자들은 침몰의 탓을 서로의 잘못으로 돌리기 바쁘다.

그리고 이 혼란 속에서도 승객들은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애를 쓴다.

그 누구도 혼자 살겠노라고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지 않는다.

배의 선원은 승객들을 대피시키고 난 후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역시 두렵다고 고백한다. 



얼핏 보면 극 중의 이야기인지, 우리가 3년 전 들었던 이야기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하다.

하지만 달랐던 점이 딱 하나 있다.

타이타닉의 선장은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승객들의 안전한 대피를 위해 노력했으며 혼자 탈출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 슬프고 더 속상했다.





다소 지루한 극의 흐름, 단조로운 연출

하지만 그럼에도 꼭 한번 볼만한 뮤지컬, 타이타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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