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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 이 영화가 재미있는 3가지 이유(스포없음)


여름도 아닌데 극장가가 공포영화로 핫하다.

바로, 영화 "곤지암" 때문.

인터넷 후기를 보면 인생 최고의 공포영화였다는 호평도 있는가 하면

돈이 아깝다, 재미 없다고 혹평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호불호의 편차가 이렇게 극심한 영화는 또 오랜만인 것 같다.

과연 호일지 불호일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 팝콘 한봉지를 들고 영화관을 찾았다.


참고로, 몇 해전부터 영화관에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하다.

극장에서 사먹는 팝콘은 많이 비싸므로 집에서 튀겨가는 센스!

2018/03/28 - [세.모.먹 (세상의 모든 먹거리)/간식] - 영화관 갈릭 팝콘, 간편하게 집에서 만들기! (feat. 코스트코 팝콘)


사실 이 영화는 개봉 전부터 법적 분쟁으로 시끌시끌했다.

실제 곤지암 정신병원의 부동산 소유주가 명예훼손을 빌미로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한 것.

하지만 소유주 개인의 명예와 신용이 훼손된다고 볼 수 없고,

이 영화로 인해 부동산의 가치에 객관적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법원의 판단으로 기각되었다.


법적 분쟁 자체는 영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재였지만,

덕분에 개봉하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영화 홍보를 할 수 있었고

이와 관련하여 노이즈 마케팅 아니냐는 의혹도 있기는 했지만..

누적 관객수 200만을 돌파한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호재였던 샘이다.


그러한 호재 탓에 얼떨결에 영화가 널리 알려져

이 영화가 유명세를 탄 것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왜 200만 관객이 이 영화를 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첫 번째 이유로는,

 오랜만에 나온 한국적 정서의 공포영화라는 것.

최근 몇 년간 흥행했던 공포영화를 보면 악령, 악귀, 퇴마를 바탕으로 한

오컬트 무비들이 주를 이루었다.

이러한 공포 영화에는 스산한 사운드와 깜짝깜짝 놀래킬만한 영상요소들을 

모두 공통적으로 포함하고 있지만

어딘지 몰입이 안되고 공감되지 않았던 부분이 바로

우리 정서에 맞지 않는 공포요소가 주제였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에게는 인형에 악귀가 씌여 대놓고 무서운 비쥬얼로 피를 토하는 모습보다는

하얀 소복을 입은 처녀귀신이 스크린을 잠시 스쳐지나가는 것이 더 무섭게 느껴진다.

엑소시스트나 사탄의 인형보다 

토요미스테리나 고향의 전설이 훨씬 더 무섭게 느껴졌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점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근데 영화 곤지암은 외국의 정서를 바탕으로 한 공포물보다는 

우리 정서에 좀 더 가까운 방식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두 번째 이유는,

이 영화의 독특한 촬영 방식에서 기인한다.

등장인물이 직접 촬영 장비를 들고 현장을 묘사하는 형태로

이 영화에 앞서 파라노멀 액티비티가 이 방식을 채택해 흥행에 성공했었다.

이런 촬영 방식의 장점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배우들과 함께 현장에 있는듯한 느낌을 줘서

배우들이 표현하는 공포감에 좀 더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무섭지 않은 장면에서도 마치 내가 곤지암 정신병원에 들어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나도 모르고 손에 힘을 꽉 쥔 채로 영화를 관람하게 된다.


이 영화가 재미있는 마지막 이유는,

스토리다.

사실 이영화에 대해 호/불호가 가장 많이 갈리는 부분이 스토리다.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개연성 없는 전형적인 공포물의 흐름을 따라가기 때문.

하지만 나는 스토리가 이 영화의 흥행 이유라고 생각한다.

공포영화는 원래부터가 개연성이 없다.

누가봐도 위험한 장소인데, 말도 안되는 이유로 찾아가고

눈에 띄는 짓을 하면 분명 죽을텐데, 그런 짓을 골라하는 캐릭터가 항상 있는게 바로 공포영화다.

그런 극의 개연성보다는

이 영화의 스토리가 어떻게 공포감을 더욱더 극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머리 속을 스치는게 하나 있었다.


바로, TV 예능 프로그램의 공포체험.

여름철 TV 예능의 단골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사전에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장치를 해놓고

이를 무서워하고 놀라는 연예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즐거움을 찾는 예능이다.


그렇다.

우리는 예능에서 공포감이 아닌 공포를 느낀 사람의 반응을 통해 즐거움을 얻는다.

항상 이런 공포체험 예능을 볼 때마다 생각했던 것이

"내가 실제로 체험해보고 싶다"는 것이다.

연예인들이 놀라는 것이 정말 무서워서 그런건지 연기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그 상황에 놓이면 나는 어떤 반응일지 내 스스로가 궁금하기도 했다.

근데, 

영화 곤지암은 이런 궁금증, 호기심을 조금이나마 해소해준다.

더욱이 배우들의 1인칭 시점 촬영으로

마치 내가 직접 체험을 하는 듯한 기분으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영화의 스토리가 없었다면 이런 촬영 방식을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담"이라는 역대급 공포영화 감독의 작품다운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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