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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 이 얼마만에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이었던가.

2008년도에 군대에서 휴가나왔을 때 잠시동안 여행을 다녀오긴 했지만

이번에 다녀온 여행은 스케일이 달랐다.

내일로 티켓을 이용한 덕에 비용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돌아다닌 기간, 이동 거리, 다녀온 도시, 여행의 목적 등등 모든 측면에서

"아! 이번에는 정말 여행다운 여행이었구나" 할 정도의 기분 좋은 4박 5일이었다.

7일을 전부 못채워서 그저 아쉬울 다름..ㅠㅠ



여행의 첫 걸음은 청량리발 안동행 무궁화호 열차를 타는 것이었다.

그런데 하마터면 첫 걸음부터 꼬여버릴 뻔 했다.

열차를 놓칠 뻔 한 것.

내가 출발을 느즈막히 한 건 둘째치고

1월 4일 중부지방에 폭설이 내린 후 이틀이 지났지만 , 아직도 열차 운행에 지장을 줄 만큼 녹지를 않았던 것이 문제였다.

혹여나 늦을까봐 왕십리역 전철 시간표까지 확인을 했지만 왜그리도 전철이 오지 않던지..

청량리역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은 D-2분.

전속력을 다해 계단을 오르고 내렸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출발이 15분이상 지연됐었다는..

anyway, 그렇게 출발을 하였다.




바이트레인 카페에서 얻은 팁을 적극 활용. 무궁화호 열차의 맨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사진으로 보다시피 각 객차의 맨 앞자리에는 노트북을 쓸 수 있도록 거치대와 콘센트가 배치되어 있다.
 
하지만 이 콘센트를 꼭 노트북 이용하는데에만 쓰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

짧은 기간이 아니었기에 휴대폰 충전기, 아이팟 충전기, 카메라 충전기 등이 필요했는데,

여행하는 동안 틈틈이 잘 이용했던 것 같다.




청량리역을 막 출발하였을 때 떡전교 근처에서의 사진.




꾸벅꾸벅 졸기도 하고.. 영어 공부도 좀 하고 하다보니 금새 안동역에 도착했다.

근데 역시나 눈 때문이었는지 열차가 상당히 늦게 도착하게 되었다.

10kg이 넘는 배낭을 짊어지고 돌아다닐 수는 없으니 안동역에 짐을 맡기고
(기차역은 물론, 경찰서, 주민센터, 각 관광지 매표소 등지에 부탁을 하면 짐을 맡길 수 있다.)

안동역 옆에 붙어 있는 관광 안내소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간략한 관광안내 지도와 각 관광지로 가는 시내버스 시간표를 얻을 수 있었다.




혹시나 좋은 정보가 될까 싶어 찍어서 올리긴 하지만..화질이 알아보기 힘든 정도;;

아, 그리고 안동에서 여행을 할 때에는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생각보다 버스가 일찍 끊긴다는 것. 대체적으로 19시 전후로 모든 버스가 운행을 종료한다는 사실..

15시쯤 도착하면 두군데 정도는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버스가 일찍 끊기는 바람에 하회마을 한군데 밖에 들르지 못한 점은 지금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여기는 하회마을로 들어가기 전에 있는 매표소.

매표소에서 마을 안으로 다니는 셔틀버스가 수시로 운행을 하는데

46번 버스를 타고 매표소까지 오면 셔틀버스를 탈 수 있는 환승권을 공짜로 준다.

아, 하회마을에 관한 또 한가지 팁.

마을을 전부 구경하고 나올 때에는 굳이 셔틀버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마을에서 곧바로 46번 버스를 탈 수 있기 때문.




셔틀에서 내려서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다.




저런 지붕을 한 전통 가옥이 잘 보존되어 있다.

한가지 몰랐던 사실은, 하회마을이 실제로 주민들이 주거하는 마을이었던 것.

생각지도 못했다. 그저 한옥을 잘 보수해서 관광지로 만들어놓은 곳인줄 알았는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었다.
 
실제 주민들이 사는 마을에 들어가는데 왜 입장료를 받는거지??

정부의 잇속 챙기기는 아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돈이 주민들을 위해 혹은 전통 한옥을 보존하는데에 잘 쓰이길 바랄뿐..





하회마을을 끼고 도는 낙동강.

지리에 문외한이기에.. 하회마을에 있는 강이 낙동강인지도 몰랐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낙동강과 하회마을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점이 있다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부용대라는 곳. 아마도 저 절벽 위 어디쯤이 아닌가 싶다.)

다음에 오게되면 그 포인트로 가서 사진 하나 담아오고 싶다.






돌담길을 걷고 있노라면 각박했던 마음이 왠지 좀 살가워 지는 느낌이다.

담의 높이가 도시와 달리 낮기 때문일까..?




몇몇 유서깊은 가옥은 이렇게 안내판이 붙어 있다.

충효당. 류성룡의 후손과 문하생들이 그의 뜻을 기리기 위해 지은 건물이라 한다.




양진당. 풍산 류씨의 대종가라고 한다.

500년 이상 된 건물이지만 임진왜란때 일부 소실 된 후 다시 지은 건물이라고..

이번 여행 동안 느끼게 된건데, 가는 곳마다 일본인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임진왜란 이던, 일제 강점기 시절이던..소실되고.. 없어지고.. 훼손되고..

왼쪽 두번째 계시는 분이 관광객들에게 이런 저런 설명을 해주고 계셨다.

이 곳에 사시는 분일까? 중간에 끼어든거라 알 수는 없었지만

듣기로는 정부에서 지원금이 같은 것이 나온다고 한다. 그 돈으로 집을 개,보수 한다고.. 

내가 낸 입장료는 이렇게 쓰이는 것이구나! 그나마 다행인듯 싶었다.




삼신당. 수명이 600여년으로 추정된다는 정말정말 거대한 나무.

정월 대보름이면 마을의 안녕을 빌고, 평소에도 주민들이 소원을 빈다는 곳이다.

나무주위에 쳐진 울타리와 나무 잔가지에는 소원을 적은 종이들이 빼곡히 엮여있다.







군데군데 돌아다니다보면 이렇게 예쁜 돌담길을 쉽사리 찾아낼 수 있다.

눈이 와서 일까. 더 운치있게 느껴진다.



불이 켜진 방에서는 도란도란 대화소리가 들렸다.

남의 집을 이렇게 찍어대는게 실례가 될까 싶어 최대한 발소리를 줄이고 찰칵찰칵.




보건소까지도 한옥의 모양을 잘 갖춘 모습.

이 사진의 놀라운 점은.. 노출 시간이 1초나 되는데도 흔들림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우오오.. 기술이 좀 늘었나.




사진을 찍으며 돌아다니다보니 어느 덧 날이 점점 어둑해져서

삼각대 없이는 더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아침에 급히 짐을 싸느라 미쳐 삼각대를 챙겨오지 못했다.

이번 여행에서 제일 필요했던 거였는데..




마을을 다 둘러보고 나니 약 18시.. 안동시내로 돌아가는 다음 버스 시간은 19시..

1시간이나 남았는데 날은 너무도 추웠다.

일단 셔틀버스를 타고 매표소가 있는 쪽에서 몸을 녹이기로 결정.

하지만 그 시각에 매표소는 이미 문을 닫아버린 상태였다.

아.. 이대로 1시간동안 동태가 되어야한단 말인가..

일단은 열을 내기위해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에 식당가쪽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돌아나오는데

아까 셔틀버스를 같이 탄 여학생 두분이 나를 불렀다. "저기요~"

식당을 운영하시는 할머니께서 들어와 몸 좀 녹이라고 하셨는데 같이 가자는 것.

우오오!! 이렇게 감사할 수가.

할머니께서는 꺼놓았던 난로도 다시 불을 놓으셨고, 따뜻한 보리차도 건네주셨다.

할머니께서 말씀하시길..4대강 사업 이야기를 하시며 앞으로 안동이 더 좋아질 거라고 하셨다.

사실 MB정부의 지지도 발표 때마다 의구심을 감출 수 없었는데

음.. 이런 곳에서 MB의 지지층이 형성되는 것이구나..

부산에서 올라왔다는 여학생분들도 할머니 못지 않게 따스한 마음을 가지셨던 분들이었다.

그런데 음.. 사실 이런 여행에서 다른 여행객을 만나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인데

경상도인 특유의 기에 눌려 이야기 한번 제대로 못해보았다.

나도 할머니랑 사진찍고 싶었는데 -_-;;

안동이 엘리자베스 여왕이 온 뒤로 유명해 졌다는 얘기..

탤런트 류시원씨의 고향이어서 일본인들의 방문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 등등

재미있는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가만히 세 분의 대화를 듣다보니(?) 어느 덧 19시가 다 되어서 버스를 타고 시내도 돌아왔다.

이대로 오늘의 여정을 끝내기에는 못내 아쉬워

안동역 온돌객차에 짐을 풀고 (객차 사진은 이따가 따로 공개)

월영교로 일단 가기로 했다. 인터넷 어디선가 봤는데 멋져뵈길래 사진 한 장 찍으러.

버스는 이미 없을테고, 택시비는 내기 싫었다. 무작정 지도하나 들고 찾아가기.

걷고..걷고..또 걸었다. 후우.. 지도에 그려진 것보다 훨씬 멀었다

힘들게 도착했는데.. 어라? 아무것도 보이질 않았다.

헐.. 밤에 조명같은거라도 켜놓을 줄 알았는데 조명은 커녕 암흑천지였다는..

그래서 돌아오는 길에 아쉬운대로 야경사진 몇장 찍어보았다.

삼각대가 없어서 가방위에 카메라 올려놓고 찍느라 엄청 고생했다.




절대 의도한 삐뚤어짐이 아니다. 가방 위에 올려놓고 찍은거라 수평이 안맞을 수 밖에.




시골이라 별이 많길래 찍어봤는데, 흔들리고.. 노출 오버난 사진.

내 눈으로 직접 본 하늘은 이게 아니었는데..아쉽다.




이날 가방각대(?)로 찍은 사진 중에 그래도 마음에 드는 사진.

난 빛 갈라지는게 왜이리도 좋던지. 다리 이름은 뭔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은 참 허무했지만 이렇게 첫 날 여행은 끝이 났다.



다시 걷고 또 걸어 안동역 근처로 왔을 때 슬슬 배가 꼬르륵 거리기 시작..

마침 안동역 길 건너에 2500원짜리 자장면을 파는 중국집이 있길래 들어가서 먹어보았다.

음.. 맛을 기대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추천. 못먹을 정도로 맛없는 건 아니었지만 맛있다고 할 수 없었다.

게다가 화학조미료 맛이 강했던.. 그래도 저렴한 가격에 한끼 해결해서 나름 만족했었다.



다시 온돌객차로 돌아와 씻을 준비를 하던 찰나.

똑똑똑! 엇, 누군가 찾아왔다. 아까 객실을 설명해주시던 역무원님.

내일 스케쥴을 물어보시더니 시간되면 아침식사나 같이 하자고 하셨다. 즉, 사주신단 말씀!! 이렇게 감사할 수가!!
(이건 비밀로 하랬는데..개인 블로그니까 괜찮겠지?;;)

그렇게 다음 날 아침에는 옆 방에 있는 여성 다섯분, 역무원 두분과 함께 따뜻한 국밥을 먹을 수 있었다. 공짜로!! 흐흐



아, 이 날 온돌객차 남자방은 나 혼자 사용했다.

온돌객차의 장점은 다른 여행객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혼자 사용했기에 이런 장점을 누리지 못해서 못내 아쉬웠다.
(너무 아쉬워서 객실 방명록에도 쓰고 나왔는데.. 혹시 거기 적힌 방명록 보고 블로그 찾아오신 분은 없으시련지..?)

반면에 옆에 여성분들 사용하는 방은 어찌나 시끌시끌 도란도란 얘기를 하시던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덕에 혼자 심심하지는 않았다. (응?)

다음 날 아침에 같이 식사하면서 들어보니까

서로 마피아 게임도 하고 재밌게들 노신 것 같던데..같이 좀 놀아주시지..-_-ㅋ





내가 사용한 온돌객차의 모습.

화분이 있는 문 넘어에는 여성용 객실이 있다.

사진에는 없지만 내가 건의하여 지금은 남성용 객실에도 거울이 설치되었다고 한다.(음..한건 해냈군)

솔직히 말해서 방 안의 공기가 좀 차고 건조하다. 하지만 바닥은 후끈후끈.

방명록에 건조하다는 글이 있어서 냉큼 수건에 물을 적셔서 바닥에 펼쳐놓았다.

건조한 공기. 요것만 빼면 공짜로 하룻밤 묵기에는 결코 나쁘지 않은 장소이다.




마지막으로 온돌객차를 나서며 떠오르는 태양을 찍은 사진.

모든 것이 계획한대로 흘러간 것은 아니지만

뭐든지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하는데.. 나름대로 첫 단추는 잘 꿰어졌다고 생각한다.

물론 하회마을과 낙동강 전경을 볼 수 있는 포인트를 못간 것이나

월영교도 보지 못한 등등 아쉬운 점은 있었지만

아쉬움이 있어야 다음을 또 기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다음 날은 경주로 떠났다.

이번 여정에서 제일 힘들었던 경주. 으아.. 생각만해도 고생이었다 정말. 사서 한 고생.

근데, 고생 자체도 결국은 좋은 추억거리가 아니겠는가.

경주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계속.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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