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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다 가기 전에 어디라도 떠나야했다.
밴쿠버의 날씨는 여름을 제외하고는 모두 suck!! 이기 때문에.
여행 방법, 일정, 일행 모으기 등등
모든 짐을 내가 도맡았기 때문에 무척이나 고생이 많았지만
느껴지는 보람과 만족감은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일단 여행 방법, 흔히 록키를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여행사, 렌트카.
여행사를 통해 가게되면, 일단 편하고 안락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록키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지는 못한다게 단점이다. 큼직한 명소만 몇군데 들르는게 전부.
또한, 정해진 곳에 내려 사진만 찰칵찰칵 찍어오다보니 나중에 사진을 확인하면서
도대체 이 사진을 찍은 곳이 어디였는지, 그 이름조차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저 전부 비슷한 애메랄드 빛 호수와 빙하만 사진에 담겼을 뿐..갔다온 사람들 대부분 구분을 못하더군.
렌트카를 빌려서 떠날경우 몸은 굉장히 고되다.
가는데 하루 오는데 하루가 걸리니 운전할 생각만 해도 아찔하고..
식과 주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고민해야하며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곳곳에서 우리를 맞이할 수도 있다. (차가 퍼진다던지 캠핑장에서 야생동물과 마주친다던지 등등..)
하지만 일단 여행 자체에서 오는 만족감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포인트별로 정해진 시간이 없이 자유롭게 놀 수 있으며
록키 산맥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수 있다.
(실제로 Angel Glacier는 관광버스가 들어가지 못해서 널리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곳 세 군데 중 한 곳이다.)
식사와 숙소만 잘 선택한다면 여행사보다도 훨씬 저렴한 경비가 책정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굶지는 않았다. 장작불 피워서 고기도 구어먹고 찌개도 해먹고, 궁핍한 여정은 아니었다.)
가장 중요한 것.
나중에 사진을 확인 했을 때 이 사진은 어디이고 저 사진은 어디인지 확연히 구분을 할 수가 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어느정도 지리를 숙지하게 되고 공부를 하게 되기 때문.
사실 이쁜 사진 담아와놓고 어디를 찍은건지 구분 못한다면.. 음.. 그걸 진정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서 고생이라는 말.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9월초의 만만치 않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밤에는 영하 0도 근처를 오가는 날씨)
차를빌려서 텐트를 가지고 다니며 캠핑을 하기로 결정했다.
텐트말고 다른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굳이 텐트를 선택한 가장 큰 첫째 이유는 비용 절감이요, 둘째 이유도 비용 절감이다.
캠프파이어의 낭만과 멋진 밤하늘 별은 덤이랄까.
사실 인원을 모으는 순간부터 쉽지는 않았다.
간다고 해놓고 연락 두절, 혹은 급히 마음을 바꾸는 사람 등등..
겉으로는 어떻게는 갈 수 있다며 밝은 척 했지만 사실 차를 빌리는 그 순간까지
내 마음속에는 "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우리가 빌려타고 갔던 그 mini van.
일행 중 두명이 사실 제스퍼 쪽으로 이사를 가려던 계획이었으나
차가 생각보다 너무 작고 짐은 많았기에 이삿짐을 싣을수가 없었다.
그렇게 해도 어찌나 무거웠던지 바퀴가 살짝 눌린채로 1000km를 왕복했는데.. 지금이야 잘 갔다와서 다행이지만
당시엔 정말 바퀴 하나 터졌어도 사실 이상할게 없었.. 헐.. -_-;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고 어찌됐건 출발을 하긴 했다.
드디어 가긴 가는구나 싶더군. 하핫.
고속도로를 올라 톨게이트비를 준비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가도가도 톨게이트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 캐나다의 고속도로는 톨게이트가 없다.-_-;
마치 우리나라의 국도같은 느낌이다. 차선도 몇개 되지도 않고 제한 속도도 60~90 정도?
고속도로라고 하기도 좀 민망하다.
근데 그럴 수 밖에 없는것이 도로가 약간 엉망이긴 했다. 밤에는 차선도 야광이 아니라 잘 안보이고.
가는 길에 발견한 어느 눈 덮인 산.
저렇게 눈이 덮인 것을 보면 분명 록키 산맥 만큼이나 높은 산일텐데.. 어디일런지..
혹시 저거 록키 아니야?? 라며 살짝 들떴었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서울-부산 두배거리가 넘는데 저렇게 잘 보인다고?? 하하.
이런 걱정을 했다. 여기 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있을까? 만약 갑자기 배아프면 어쩌지?
괜한 걱정이었다. 땅덩어리가 커서 휴게소가 드문드문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많았다.
음.. 사실 휴게소라기 보다는 작은 타운으로 빠지는 길목에 저렇게 주유소와 간단한 상점 등이 자리해 있다.
톨게이트가 없으니 쉽게 다시 고속도로를 타는 것도 굉장히 쉬운 일.
한가지 팁이 있다면 밴쿠버에서 좀 멀리 떨어져야 기름값이 싸진다는 것.
짐이 무거워서 차가 기름을 쫙쫙 빨아들였기에 기름값 걱정을 안할 수가 없다.
가는데에만 하루가 걸리는 여정.
쉬지 않고 간다면 사람 몇 잡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중간에 조그마한 폭포 하나 보고 쉬면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Bridal Veil Falls.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신부 면사포 폭포 정도된다.
나뭇잎은 없고 이끼같은 걸로 덮여진 괴상한 나무들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
한 10분만 걸어가면 드디어 면사포 모습의 폭포가..
사실 아직 면사포인지는 잘 모르겠다.
앞에는 먼저 간 우리 일행들.
아직 다들 안친할 때라서 서먹하기만 하다.
형은 저~ 위에 혼자 올라가 있고ㅋㅋㅋ
나도 혼자 떨어져서 빵 꺼내고 있고 ㅋㅋㅋ
근데 그 빵은.. 정말 맛있었다. ㅋㅋㅋ
드디어 마주한 면사포 모습의 폭포. 오, 정말 면사포 모양이다.
굉장히 시원해 보이지만 사실 춥다 -_-;
폭포를 타고 찬바람도 같이 타고 내려올 뿐더러, 물도 생각보다 많이 튀긴다. 춥다.
저 나무위는 물 때문에 미끄러워서 사실 좀 위험했는데 ㄷㄷㄷ
렌즈 상단에 슬슬 물방울이 튀어 묻기 시작한다.
팔벌리고 있는 내 모습.
아.. 나 혼자만 나왔으면 쫌 멋있었을 것 같은데 ㅋㅋ
몇 장 없는 단체사진 중에 그나마 괜찮은 사진.
여성 일행들. 사실 저 네분은 서로 안면이 있는 사이여서 그나마 좀 친해보이게 나왔다.
사실 여기서 시간을 많이 끌 계획은 아니었다.
한.. 30분 정도 쉬었다가 다시 발걸음을 제촉했어야 저녁 때쯤 도착해서 저녁을 먹는건데..
다들 사진 찍는 걸 어찌나 좋아하던지 갈 생각들을.. -_-ㅋ
근데 생각보다 폭포가 이쁘긴 했다.
이름과 딱 걸맞는 모양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이건 쓰레기통인데, 캐나다에 있는 특이한 것 중 하나라서 담아왔다.
곰이나 야생동물이 쓰레기통을 뒤지지 못하게 만들어 놓은 것이라고 한다.
왼쪽 통의 손잡이에 손을 밀어 잠금장치를 풀어야 쓰레기 통을 열고 버릴 수 있다.
이렇듯 사소한 것 하나하나 야생동물을 배려하는 모습이 보기 좋은 캐나다이다.
그 다음 목적지는 바로 캠핑장.
원래 계획대로라면 벤프에 있는 캠핑장으로 먼저 향했어야 하지만
생각보다 계획이 늦어져서 조금 더 가까운 제스퍼를 먼저 가기로 했다.
이 작은 결정 하나가 나머지 일정을 전부 바꾸어 버리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했지만..-_-
계획 짜는데 1주일 넘게 걸렸기에..-_- 가슴 아팠다.. ㅋㅋ
가는 길에 네비게이션이 말썽을 부려 길을 좀 해매는터에 거의 자정이 되어서야 캠핑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
텐트는 쳐야겠는데 처음치는거라 어떻게 하는건지도 모르고 뭐 보이는게 없기에
다른 팀에게 실례인걸 알지만 차의 헤드라이트를 켜고! 텐트를 쳤다.
장작도 가져와서 불도 피우고, 라면도 끓이고..
다른 사람들이 이 새벽에 무슨 난리냐며 자기들끼리 욕했을지도;;
라면으로 급히 허기를 때우고 불을 피우며 얘기를 하는데
밤하늘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었다.
하늘과 고작 1~2km 가까울 뿐인데 이렇게 별이 많다니. (물론 공기가 맑아서겠지만)
사진에 그 아름다움을 그대로 담을 수 없다는게 안타까웠다.
밤하늘에 한 5분 넋을 잃을 정도로.
마치 방 천정에 야광 별 스티커를 수백개 아니, 수천개 달아놓은 듯
굉장히 어색한 모습이면서도 아름다웠다.
내 생애 다시 저런 밤하늘을 볼 수 있는 날이 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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