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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넋놓고 빨리 가고 있다. 아, 사실 시간보다는 내가 넋 놓은건지도 -_-;

록키로 여행을 다녀온지가 벌써 5개월이 다 되어간다는 사실이.. 새삼 놀러우면서도

그간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에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



사실 그 때의 느낌과 감동이 그대로 남아져 있을리 없지만,

시간과 기억은 서로 반비례 관계라는 것을 알기에 더는 지체할 수 없어 일단 슬슬 써내려가본다.





엔젤 빙하로 가는 길이 93번국도가 아닌 .. 음.. 기억하기로는 93A국도였던 것 같다.

93번이 잘 다듬어진 국도라면, 93A는 군데군데 아스팔트가 쪼개져있는.. 오래된 길이려나.

아무튼 93A를 타고 내려가면 93번과 만나는 곳에 애서배스카라는 폭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주요 도로에 근접한 곳이라 가는 곳마다 인파가 많다. 특히 여행사를 통해서 온 단체 관광객이 많았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내리면 폭포 반대편으로 마치 그랜드캐년의 일부분을 뚝 떼어다 놓은 듯한

웅장한 산이 뚝하니 버티고 서있다.





새파란 하늘 아래에 새파란 강이 흐른다.

소리만으로도 이번 폭포는 앞서 봐왔던 놈들보다 큰 놈이란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폭포로 가는 길에 아까 그 산을 배경으로 한컷 찍고..

하늘에 구름한점 없어서 햇살이 너무 강했다. 즉, 노출조절 실패..

햇살이 어찌나 강한지, 그늘로 들어서지 않는 이상

빛 반사율 100%인 3인치짜리 액정으로는 사진의 노출을 가늠할 수 없었다.

쩝.. 컴터로 옮기고 나서야.. 아.. 사진이 잘못나왔구나.. 싶었.. ㅠㅠ



사실 차를 타고 입구로 들어설 때만 해도 이게 규모가 큰 폭포일줄은 생각도 못했다.

폭포가 도로 밑으로 나 있어서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만 폭포에 다다랐을 때 난 또다시 압도당했다.





사실 폭포도 폭포지만 주변 지형이 압권이었다.

이리저리 파인 암벽. 그 암벽을 이루고 있는 수십개의 층.

마치 누가 쌓아놓은 것 같다! 라고 느끼면서도 인위적으로 쌓아서는 절대 나올 수 없는 조화로움..

난 그저 감탄 연발만..





암벽과 폭포의 모습을 완벽하게 해주는건 아까부터 눈에 띄던 저 산.

폭포에 시선을 주는만큼 저 산에도 시선이 갔다.

셋이 모여 완벽한 조화를 이루어낸 듯한 느낌.

아쉬운게 있다면 이 세가지를 그림 하나에 담을 수는 없었다는거.





그렇게 떨어진 폭포는 엄청난 굉음을 내며 골짜기 사이로 흘러갔다.





앞서 말한 세가지를 담아보려 했으나.. 광량 조절 실패 ㅠㅠ

날이 맑은건 좋았지만 사진으로 보니 참 야속하다.

사진 속 폭포는 유심히 보면 한 줄기가 아니라 돌에 가린 작은 폭포를 포함해 두 줄기이다.

원래는 하나의 폭포였는데 돌이 깎이고 깎이면서 물길 역시 변해, 두 갈래의 큰 폭포와 작은 폭포로 나뉘었다는 것.


어릴 적, 물방울을 무한정 떨어뜨려 바위를 쪼개는 비디오를 본 기억이 난다.

비디오에 비추어보았을 때, 폭포가 지형을 바꿨다는 것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다.

그래도 그저 무한 감동. 그리고 신기함





폭포가 굽이굽이 흐르는 길. 

협곡이 그리 길지는 않다. 몇 걸음만 걸으면 이 물이 모여 만든 호수를 볼 수 있다.





그 퍼렇고 맑던 하늘에 유에프오인냥 떠있던 구름 한 점. 

정말 딱 한 점.





오랜시간 깎이고 다듬어져서 만들어진 장관도 멋있지만,

이렇게 한 순간순간마다 만들어진 모습도 놓칠 수 없는 자연의 아름다움이다.

수천년 고된 풍파를 겪은 암벽 위에

바람한점 이면 사라질 구름 한 조각. 그 둘이 이루어내는 조화로움.

이번 여행에서 느낀 것은 주로 이런 것들이다.

자연, 그리고 그 조화로움.

거대한 자연을 눈 앞에서 볼 수 있고, 손으로 만져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으니

조금 더 자연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배우게 되고,

왜 이런 여행을 해야하는지에 대해 고찰하게 되는.. 그런 여행이었다.





헛.. 여기도 다람쥐. 엔젤 빙하에서부터 따라온 녀석이려나 ㅎㅎ

북미대륙 전체적으로 다람쥐가 많은 것 같다. 대도시를 가도 공원에서는 이런 다람쥐 보는게 너무 흔한 일상이다.

우리내 사정과는 너무 다른 그들의 일상이 부러울 다름이다.





다행이다 그래도. 눈부신 태양 아래.. 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얻어걸린거 몇 장, 보정을 통해 몇 장 건질 수 있어서.

아까 잠깐 얼굴을 내비추었던 호수 쪽으로 난 길이다.

전문가가 아니라 잘 모르지만, 양 옆의 벽 모양으로 봐서 혹시..여기도 옛날에는 수로가 아니었을까 상상해본다.





좀 더 가까이서 본 모습.

맨 위에 있는건 진짜 누가 얹어놓은 것 마냥 생겼다. 

어떻게 다듬어야 이런 모양이 나오는 걸까..

안될 소리지만, 이런거 뚝 떼어다가 서울 한복판에 인공 호수나 폭포 만들어놓으면 멋지겠다고 생각 중..

이 여행 후에 보았던 인공 구조물은 멋이 없어 보였기에.





힘차게 떨어지던 폭포는 어느새 잠잠한 호수로 변했다.

흘러 온 만큼의 물이 어디론가 흘러야 호수가 유지될텐데..

그 어디론가는 어디일까.(응?)





폭포가 석회질(맞나 모르겠다)을 쓸어와서 그런지 물에 약간 우유빛이 돈다.

은은한 색깔이 이 호수의 잔잔한 움직임과 잘 어울린다.

아! 어쩌면 이게 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에도 안내 표지판이 없어서 (혹은 발견을 못해서? 혹은 사진 찍느라 바빠서?;;)

잠잠한 물을 보아 호수겠거니.. 했었는데. 정황상 강일 것 같다.

궁금한건 또 못참기에 얼른 지도를 검색해보니 강이 맞다.

그것도! 이 날 오전 말린 협곡을 다녀오며 들렀던, 이름을 알 수 없었던 그 강이다!

이 지역 생겨먹은게 지류가 워낙 많아 보여서 오전의 그 놈이 이 놈이었을 줄은..오오..





왼편으로는.. 이렇게.. 마치 물놀이 하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다.

사진을 자세히 보면 실제로 내려가 있는 사람도 몇 보인다. 그리고 사람이 쌓아 놓았을 수십 개의 돌탑까지.

흠.. 지금 사진만 보면 한 번 내려가봤음직 한데.. 당시에는 왜 안내려갔었을까..





폭포 반대편으로 건너와서 재대로 폭포를 담아보았다.

한겨울에 봐도 시원시원해지는 사진.





응? 오른쪽 상단은 내 손가락인가..ㄷㄷㄷ 내공부족이 여실히 들어나는 순간이군.

이게 아까 사진에서 숨어있던 작은 폭포이다.

두 폭포가 불과 1~2미터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 공식적으로 두 개의 폭포로 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다시 등장한 웅장한 산님.

그리고 우리 일행 한 명.

이 사진을 끝으로 우린 이 날의 일정을 마쳤다.

아.. 사실 여기가 이 날 계획의 중간지점이었어야 했는데..

넋놓고 보느라고 시간도 넋놓고 보내버렸다.

넋놓고 시간 보내는건 그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군 -_-;

아.. 짧게 포스팅 하고 자려고 했는데 벌써 3시..ㄷㄷㄷ

여행 포스팅은 짧게 하기 참 힘든 것 같다.

내가 쓰는 여행 포스팅의 목적은 순전히,

어딘가에 사진과 함께 내 기억을 남겨서 두고두고 간직하자는 취지로 쓰는거라, 

쓰다보면 욕심이 나 건성으로 쓸 수가 없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게 부담이 되고, 결국은 미루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 내일은 여행의 어느 부분을 잊을지, 어느 부분이 머리 속에서 각색될지 알 수가 없는데..흠..

내일도 하나 올려보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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